수년 전 광화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때, 하루는 몹시 심하게 음주를 즐긴(?)적이 있었다. 그 다음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대부분 남성 자취인이 그렇듯 제대로 해장국은커녕 아침도 생략한 채 또 일상을 시작하고 있었다. 죽을똥 말똥 오전을 버티다 드디어 점심때 임박!

그때 업무상 친교자 한 분이 "오늘 점심 해장죽 하러 갈래요?!"라고 말을 던졌다.  '흠! 해장국도 아니고 왠 해장죽 ㅡ.ㅡ?'    이것이 처음 초원이라는 죽집을 방문하게 된 계기였다. 이미 꽤 유명한 곳인지 약간 일렀던 점심때임에도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맛본 죽이 바로 위 사진 속의 버섯 굴 죽이었다.  


참 많은 죽이 있는데 본인 취향에 맞는 죽을 어렵사리 선택하고 나면 얼마 뒤 죽과 함께 할 반찬들이 나온다. 최근의 프랜차이즈 형식의 죽집에선 볼 수 없는 꽉 찬 구성이 특징이다. 그러나 양으로만 승부하지 않는 게 초원의 자랑거리다. 맛 또한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할 수 있는 죽과 함께 하기엔 꽤 적당한 정도의 짬쪼름한 감칠맛이 돈다. 내 개인적인 취향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의 동치미와 계란말이는 정말이지 손이 가요 손이 가~♬


초원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찾는 죽은 가게의 이름을 딴 초원죽이다. 해삼, 홍합, 쇠고기, 찹쌀로 만든 죽인데 죽 위의 노른자와 깨소금, 김 가루와 함께 고루고루 섞어서 한입 푸면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그리고 고소한 맛이 컨디션 저하로 까칠해진 입맛을 되살리는데 제격이다.
식사 끝날 즈음 몹시 친절하신 사장님이 가져다주는 2가지의 후식이 있는데, 하나는 불편한 속을 달래는데 좋다는 칡을 이용해 만든 한방차와 입가심으로 너무나 딱 맞는 달콤한 과일즙이다. 정말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메뉴다.

죽을 밖에서 사먹게 된 건 프랜차이즈형태의 죽 집들이 마구 생겨나면서부터 인 것 같다. 죽이라는 것은 큰 정성이 기본적으로 깔렸기에 음식 본질의 가치 그 이상의 가치와 기능성이 확보되는 것 같다. 그런데 패스트푸드마냥 슥삭 내놓는 죽집에서 그런 본질의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올해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한결같은 장소에서 한결같은 맛을 내려면 큰 정성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정성스러운 맛의 매력에 빠져 이곳을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nd

2007/10/18 09:00 2007/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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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nce 2007/10/18 10:40 수정/삭제댓글달기
    너무나 오랜만에 올라온 포스트군요. 반갑습니다. ^^;
    광화문역이라면 얼마 멀지도 않고 시간내서 가볼만 하겠네요...
    사진은 어찌 이리도 맛깔나게 찍으시는지 ^^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18 12:30  수정/삭제

      ㅎㅎ 오랜만의 포스트를 반가워하는 rince님을 뵙고 나니 왜 이리 뻘줌하죠?!; 이젠 자주 올려야겠어요 ㅋ 에이 사진은 rince님의 실력에 못 미쳐요 ㅠㅠ

  2.  
  3. 서현 2007/10/18 11:07 수정/삭제댓글달기
    가보고싶군.. 맛있겠다. 본죽 매니안데;; 흠~~ ^^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18 12:30  수정/삭제

      난 그래서 본죽을 안가.. 왠지 손해보는 느낌;;

  4.  
  5. 지니요만^^v 2007/10/18 12:17 수정/삭제댓글달기
    술도 안드시는 양반이 왠 해장죽이야?ㅎ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18 12:31  수정/삭제

      어 저날 맥주 2잔이나 마셨던지라;;

  6.  
  7. 잉끼 2007/10/19 09:06 수정/삭제댓글달기
    맥주2잔에 과음이라...반주꺼리도 안되시는구만 ㅋㅋ~ 술 안드시는 주인장에겐 그럴수도 ㅎㅎ
    나두 죽 조아하는뎅~ 요기 요기 함 가봐야겠네영~ 시내가믄 갈데 넘 많아진당 힛~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19 20:10  수정/삭제

      ㅎㅎㅎ 모 니가 있는데는 변두리야? 거기두 나름 시내자나.
      근데 넌 대체 안좋아하는게 뭐야?! ㅋ

    • 잉끼 2007/10/22 13:51  수정/삭제

      정말 전 안 좋아하는 음식이 뭘까요? 잠시 생각해봤지만 없는듯~뭐 다 읍써서 못먹죠...ㅋㅋ

  8.  
  9. 윙버스 2007/10/19 13:37 수정/삭제댓글달기
    윙버스에 링크 거신 것 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사진을 보니 정말로 먹음직스러워보이네요~ 특히 계란.. 포스트 자주자주 기대할게요 ^^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19 20:11  수정/삭제

      와 여까지 들려주셨네요 ^^; 역시 제가 업데이트가 너무 뜸하죠;; 이젠 앞으로 부지런히 해볼랍니다. 이벽돌씨는 잘 지내나요? ㅋ

  10.  
  11. 노틸러스 2007/10/20 10:46 수정/삭제댓글달기
    우와... 반찬이 장난이 아닌데여.. 본죽만 다녀봤는데...
    계란... 노른자..얹어져 있으니 더욱 먹음짐 스럽네여..꼴깍..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21 13:04  수정/삭제

      ㅎㅎ 그쵸 그쵸? 노른자 있으니깐 더 럭셔리 해보이는;;
      단순한가봐요; ㅠㅠ ( 노틸러스님말구 저요 ㅎ )

  12.  
  13. smirea 2007/10/23 16:56 수정/삭제댓글달기
    아하! 드디어 아는곳 나왔어요~ 저 여기서 죽 먹어봤어요. 나름 광화문에서 유명한 죽집^^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23 18:42  수정/삭제

      광화문쪽은 smirea씨가 워낙에 많이 알꺼자나요 ㅎ
      음 그럼 전국에서 유명한 죽집은 어딜까요?! (숙제)

  14.  
  15. smirea 2007/10/23 22:29 수정/삭제댓글달기
    글쎄요? 본죽^--^ 체인이 젤 많지 않나요? ㅎㅎ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24 23:50  수정/삭제

      ㅎㅎㅎ 아마 딱히 죽집이 안 떠오르네요. 그죠?!

  16.  
  17. mihokitty 2007/10/24 02:25 수정/삭제댓글달기
    와~진짜 간만인곳이네^^ 오래전에 한번 가보고 그후엔 못가보았는데...
    그떄도 죽집치곤 실하고 맛있다~생각했었는데^^아직도 있었군요^^
    이렇게 사진으로 다시 보니 또 가고푸네요^^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24 23:51  수정/삭제

      와 대체 미호키티님은 모르는데두 안가본데두 없어요 ㅎ
      그 놀라운 기동성의 비결은 뭐에요?! 여전한 젊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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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필그레이 2007/10/26 00:40 수정/삭제댓글달기
    우와...여기 정말 가보고싶네요!!! 죽 정말 좋아하는데...근데 이곳 정말 금요일에 도움되는 포스팅 많네요.이햐...자주 들러 정보구하고 갈께요.^_^ 반갑습니다.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0/26 12:11  수정/삭제

      ㅎㅎ 때마침 금요일이네요. 아직 터무니 없이 부족한데 많게 봐주셔서 마냥 쌩유 베리 감사. ^^ 저두 반갑습니다~

  20.  
  21. Dorothy360 2007/11/24 23:04 수정/삭제댓글달기
    음- 이곳도 일단 접수!
    고만고만한 브런치 일색의 레스토랑에 식상한 요때 한번 들러보고 싶네요.
    사장님의 배려와 정성이 엄마표 그것과 비슷할것 같은..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1/28 01:11  수정/삭제

      넵 은근 몸이 허할때 들리시면 한결 감동 받으실 거에요..
      다만 주말엔 안하니깐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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